조카뻘 나이의 그는 가끔 우리 사무실에 와서 얘기를 나누는 이들 중 한 사람이다. 말이 별로 없고 덩치도 크지 않아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대화 분위기에 맞춰 가끔 옅은 미소를 짓는 그가 내 눈을 끈 이유는 닉네임이 목수기 때문이다.목수라면 어릴 적 동네 아저씨를 떠올리게 되어 젊은 그와 연결이 되지 않았다. 단지 그의 취미가 목공예일 거라 여기며 요즘 만들고 있을 소품들이 어떤 게 있는지 궁금했을 뿐이다.얼마 전, 친구가 오래된 작은 아파트를 샀다. 팔순이 넘은 할머니가 살다 간 그 집은 누렇게 뜬 꽃무늬 벽지에 창문이 아귀가
육십갑자 중 스물네 번째에 해당하는 정해(丁亥)다. 천간(天干)은 정화(丁火)이고, 지지(地支)는 해수(亥水)다. 정화와 해수는 모두 음의 기운으로 정적(靜的)이다.정해일주(丁亥日柱)는 정관(正官)의 바른 기운을 받아 기본적으로 착실하고 침착하다. 일처리도 정도로 잘하며, 주변에서 칭찬을 받는 타입이다. 단점으로는 추진력과 저돌성이 부족한 편이다. 간혹 변덕을 부려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도 한다. 정관이 있어 남녀 모두 이성과 배우자 덕이 있다. 결혼운수가 적당하고 좋으며, 배우자를 잘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정화(丁火)는 물상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팀의 도전은 암울한 경제 불안과 민노총의 파업, 이태원 참사와 지루한 정치권의 정쟁에 지친 국민들에게 삶의 쾌감을 안겨 주었다. 대표팀을 응원하는 붉은 악마와 국민들의 한결같은 응원은 마음의 앙금을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우리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강한 인상을 심었다.빌드업. 지난 4년간 쌓아 올린 우리의 축구. 쌓아 올리기까지 여러 번의 고비는 넘는다. 그렇게 한 단씩 차곡차곡 쌓은 것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보여준 한국 축구다, 세계의 어떤 강팀을 만나도 우리의 축구를 한다. 지나친 수
지난달 18일에 포항시립동해석곡도서관에서는 ‘석곡 이규준 역사인물 해설사 양성과정 기초반’ 수료식이 열렸다. 기초반과 심화반으로 구성된 이 과정은 총 2년 동안 운영된다. 포항 출신 대학자인 석곡 선생에 대한 전문 해설사 양성 과정이 개설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북쪽에 이제마가 있다면, 남쪽에는 이규준이 있다.” 이제마와 함께 근대 한의학계의 양대 산맥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규준의 위상을 알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함흥 출신 이제마는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포항 출신 이규준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석곡 이규준 역사인물 해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왠지 이 글귀를 들으면 대다수 우리 국민의 머릿속에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라는 뒤이어질 내용이 구구단처럼 자동으로 떠오를 것만 같다.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이 ‘서시’는 민족 저항시인 윤동주의 대표작이다.누구나 삶의 고달픈 순간은 뜬금없이 혹은 간헐적으로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 고통은 여태껏 쌓아 올린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만큼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그 고통을 극복할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며 고비를 넘기며 한 단계 성숙한 삶으로 발돋움한다
중학교 때 매년마다 ‘교내 구기대회’라는 학급대항 축구대회가 열렸다. 한 2주간 치러지는데 각 학년 결승전은 전교생이 다 나와서 관람하는 대형 이벤트였다. 구기대회 시즌이 되면 축구공의 PVC 냄새가 대기 중에 떠다녔다. 새벽에 저절로 눈이 떠져 텅 빈 운동장에 가 혼자 연습하고 등교했다. 아직도 코끝에 희미하게 남은 축구공 냄새를 감각하면 가슴이 뛴다.1997년, 1학년11반 대표로 첫 출전한 구기대회 1라운드 경기에서 나는 승부차기 실축이라는 대굴욕을 맛봐야 했다. 나 때문에 우리 반 탈락했다. 이를 갈고 칼을 갈고 발을 갈며
요즘 아주 작은 문제에도 많은 고민을 하는 편이다. 후회하기 싫어 평소 심사숙고 선택을 하는 편이지만 늘 옳은 선택을 할 순 없는 법이다. 가끔 잘못된 선택을 하는 바람에 후회가 크게 남을 때가 있다. 결국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몰입하며 너무 많은 시간을 고민만 하며 살고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최근 아주 사소한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어려움을 마주했다.오늘 점심은 가볍게 샐러드를 먹을 것인지, 냉장고에 남은 채소들을 꺼내어 된장찌개를 요리해 먹을 건지 냉장고 앞에 서서 점심시간이 지날 정도로 메
코로나 거리두기 예방수칙이 완화됨에 따라서 다수 군중이 몰리는 행사와 모임이 늘어나고 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는 핼러윈 데이를 즐기기 위해 다수의 인파가 몰리면서 3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참혹한 사건이다.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고 다시는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며 군중밀집 ‘압사 사고’가 일어나는 원인과 예방대책에 관해서 얘기하고자 한다. 먼저 군중밀집 ‘압사 사고’는 건물 붕괴 압사 사고와는 다르게 대개 공연이나 축제 행사 등에서 수많은 군중이 밀집해 있을 때, 여러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2022년은 유난히도 대형 사건사고가 많았던 해로 기억된다. 1월에는 광주 화정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 사고로 여섯 명이 희생됐고, 평택 냉동창고 신축공사현장 화재로 세 명이 사망했다. 5월에는 울산 온산공단에 위치한 에쓰오일 공장 화재로 열 명이 희생됐으며, 7~8월에는 중부권 폭우로 열두 명이 사망하고, 세 명은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9월에는 남부지방을 직격한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에서만 여덟 명이 사망했고, 대전 아울렛 화재사고에서는 일곱 명이 희생되었다. 10월에는 SPL 제빵공장에서 기계끼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지만 나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 중에 필자도 속한 줄 알았다. 그런데 한국 대 브라질 월드컵 축구 중계방송을 보면서 느낀 감정이 묘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16강에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감동인데 브라질 팀과의 경기에서 승리하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으니 말이다.FIFA 랭킹 28위가 1위를 이길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했을 터이다. 그런데, 막상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을 향해 응원하는 마음은 ‘이길 수 있다’를 전제로 하고 있었다. 붉은악마 응원단이 카타르까지 출장응원을 왜 했겠는가. 아마도
최근 항만을 낀 국내 주요도시들이 아시아권 제2부지를 물색중인 테슬라 전기차 공장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 중 영일만에 테슬라 전용공단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안한 포항시가 최강의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포항은 영일만항 물류 인프라와 원활한 교통망에다 안정적인 철판 공급망을 갖춘 포스코,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2차전지(배터리) 클러스터, 포스텍의 연구기반까지 구축되어 있어 누가봐도 테슬라 공장입지로는 최적지다.포항시가 북구 흥해읍 용한리(영일만3·4일반산단지 우측)에 추진하는 테슬라 전용공단은 자동차를 선
음력을 쓰는 동양에서는 입동(立冬)에서 대한(大寒)까지를 겨울로 본다. 소설(小雪)과 동지(冬至) 사이에 있는 대설(大雪)은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24절기 중 스물한번째 해당하는 대설 때부터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다. 올해는 지난주에 대설이 지났다.원래 역법(曆法)의 발상지며 기준 지점인 중국 화북지방의 계절적 특징을 따서 만든 것이 절기여서 우리나라 경우와 맞지 않은 때가 많다. 그러나 지금 이 시기가 겨울의 한가운데로 접어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11월까지만 해도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오던 것이 이번
지금, 우리는 책의 시대를 지나가고 있다. 한때 인류 지식 문명의 거의 전부였던 책은 이제는 더 이상 가장 유력한 지식 미디어가 아니다.석판에서 파피루스를 거쳐, 양피지, 종이로 옮겨온 무언가의 빈공간에 문자를 기록해온 인간의 활동들, 그리고 그것들을 겹쳐 한쪽을 묶은 책이라는 미디어가 인간에게 남겨준 문명적 수혜는 이제 전자문명이라는 다른 종류의 문명으로 전환되어 가고 있다.물론, 책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고 해서, 책이 아예 소멸될 것이라는 진단은 맞지 않다. 책은 물성을 가지고 공간을 점유하며, 인간의 손에 뿌듯하게 들어오는
한 때 돌고래 태교 체험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돌고래가 내는 고주파 소리가 태아의 정서적 안정과 두뇌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알려지면서 전국적인 붐이 일었다.제주도와 거제도 등 전국에 위치한 수족관(아쿠아리움)에서는 대대적인 돌고래 태교체험을 홍보했고, 영유아 등을 포함한 가족단위 이벤트도 연일 성황이었다. 산모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재롱을 부리는 돌고래의 모습뿐만 아니라 태동의 신기한 반응을 확인한 산모들의 증언까지 겹치면서 돌고래는 그 후 태교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2010년 중반부터 생겨난 야생동물체험
한국정치는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이라는 점에서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이다. 보수와 진보의 정치적 갈등이 심화될수록 양당 내부에서는 강경파가 득세함으로써 대결은 더욱 치열해진다. 겉으로는 서로의 증오가 폭발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호 이익을 지켜주는 ‘은폐된 공생관계’에 있다.‘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적대적 공생은 특수한 한국정치문화의 산물이다. 정치구조적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의 정당체제는 보수와 진보의 전통을 잇는 양대 정당의 독과점 정치구조이다. 한 때 유력한 정치지도자를 중심으로 제3당이 부상한 경우도 있었지만
한해의 끝이다. 매년 이맘때면 교수신문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한해의 의미를 한 단어로 정리해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대학교수들이 2022년엔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과이불개는 논어 ‘위령공편’,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에 나오는 말이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는 뜻이다.“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야당 탄압’이라고 말하고 도무지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
모래톱 켜켜이 하얀 포말을 그리며 파도가 부서지던 해변엔 하얀 증기가 하늘에 닿을듯 피어오르는 제철소가 들어서고, 운치 있고 고즈넉한 오솔길이 신작로로 변하고, 무엇보다 술만 마시면 골목길 들어서며 유행가를 부르던 꿈이 없던 청년들이 공장으로 들어간 사건은 엄청난 변화의 시작이었다. 그 시절에는 기계가 쇠를 가공할 때 일어나는 불꽃이 애국가 장면에 클로즈업 돼 가슴 벅찬 감동을 주었고, 숙련된 작업자의 손끝에서 품질이 만들어지고, 부지런함은 생산성 보증의 바로미터였다. 그 시절로부터 반세기를 지나온 이제는 생산방식과 품질관리가 변해
겨울의 초입을 알리는듯 반짝추위가 시작됐지만, 연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의 발길은 분주하기만 하다. 불과 20여일밖에 남지 않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해야 하기에, 새로운 계획과 목표를 정하고 예산을 짜며 운영방안을 모색하느라 너나없이 바빠지기도 한다. 또한 미뤘거나 미처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일들을 최소한 연내에 실행하고 매듭지어야 하기에 더더욱 다급해지는지도 모른다. 결국 모든 일들은 자신이 하기에 달렸지만, 사소한 일 하나라도 소홀히 대하고 싶지 않은 것이 사람들의 보편적인 마음자세일 것이다. 더욱이 환경과 문화가 다른
프랑스의 오르세미술관, 일본의 도쿄국립근대미술관 및 교토국립근대미술관, 영국의 테이트브리튼.이들의 특징은 모두 고대와 현대의 사이인 근대미술의 역사를 담은 콘텐츠가 가득한 곳이라는 점이다.그러나 한국에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은 있지만 근대미술관은 부재해 있다.고대-근대-현대에 이어지는 시대별 문화를 정립하고 각 미술관마다 전문적인 역할을 맡기 위해서는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이 필수적이다. 특히 한국의 근대란 관습적인 조선시대에서 일제강점기라는 격변적인 시대를 지나 일본문화권의 강력한 지배하에 맞서 싸운 작가들이 살았던 시대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장화홍련전’이나 ‘신데렐라’처럼 계모에게 구박과 홀대를 받는 아이들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많다. 이번 이야기도 그렇다.아테네 북쪽 아타마스 왕이 다스리는 보이오티아라는 나라가 있었다. 왕비 네펠레(구름의 정령) 사이에 왕자 프릭소스와 공주 헬레가 생겼지만, 아타마스 왕이 네펠레를 쫒아버리고 이노라는 여인을 새 왕비로 맞이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노는 네펠레가 낳은 아이들을 맡아 키웠으나, 친아들이 생기자 남매를 구박하기 시작한다. 결국엔 도를 넘어 왕자와 공주를 죽이기 위한 음모를 꾸민다.이노는 이듬해 논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