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지금 노년에 이른 사람들은 농경사회와 산업화시대를 거쳐 왔다. 1950년대 말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전체인구의 70% 이상이 농촌에 거주하는 가난한 농업국이었다. 1960년대에 들어서 1,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달성하면서 산업사회로 전환이 시작되었다. 어릴 때 소 먹이고 꼴 베던 소년들이 성장해서는 산업의 역군이 되었다가 정년퇴직을 하고 정보화시대의 노년으로 살게 된 것이다.

농경사회에서는 노인들이 상당한 대접을 받았다. 오랜 세월 쌓아온 농사의 경험과 기술은 젊은이들이 마땅히 배우고 따라야 할 삶의 지혜요 가치였다. 산업사회에 들어서도 한동안은 연륜에 따른 경험과 기술이 생산현장의 지표가 되고 권위가 되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개발되고 업무가 자동화, 분업화, 디지털화 되면서 단순히 연륜에 따른 노하우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첨단기술을 요하는 분야에서는 젊은이들의 순발력과 적응력이 빛을 발하기 마련이었다.

이래저래 오늘날의 노년은 상실감과 소외감이 클 수밖에 없는 세대다. 평균수명이 길어져서 노령인구가 급증하는 시대에는 노인들의 삶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절실한 사회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정보화시대가 잎이요 꽃이라면 농경시대는 뿌리요, 산업시대는 줄기에 해당한다. 뿌리와 줄기가 없는 꽃과 잎이 없을진대, 이 시대를 활짝 꽃피우기 위해서는 노령인구가 근간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꼰대니 뭐니 거치적거리는 불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없어서는 안 되는 뿌리와 줄기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초등학교 동기들의 카톡방에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운 메시지가 뜬다. 대부분 옮겨온 것들이지만 거기에는 노년의 삶에 대한 온갖 유익한 정보들이 들어있다. 인생경영의 지혜도 담겨있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나 꼭 필요한 생활정보도 있다. 누군가 정성껏 만들었을 동영상들은 언어메시지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음악과 그림으로 눈과 귀를 즐겁게도 한다. 평소에 독서를 하지 않던 친구들도 날마다 카톡 메시지를 읽는 것으로 독서의 생활화를 대신하는 셈이다.

온갖 정보들이 범람하는 정보화시대는 세대 간의 격차를 더 벌리고 노년을 더 소외할 것으로 예견 했지만 사실은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무한정의 정보들을 잘만 이용하면 노년을 보다 알차고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는 길도 열려있는 것이다. 대다수 노년세대가 안고 있는 충분한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 아쉬움을 풀 수 있는 여건도 마련이 된 셈이다. 공부란 학교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종교, 철학, 역사, 예술 어느 분야든 유명 강사들로부터 무상으로 강의를 들을 수가 있으니 그야말로 평생교육의 장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이다.

기왕의 연륜에다 인문학적 지식까지 보탠다면 시대와 나라의 근간이요 중심축의 역할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올바른 가치관과 역사의식을 가지고 국가적 혼란과 갈등을 정리할 건강한 상식을 확보하는 일이야말로 이 시대의 어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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