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국민의힘이 위기상황에 빠졌다. 위기의 본질은 뭘까. 권성동 원내대표의 윤 대통령 문자메시지 유출사태에서 비롯됐다. 젊은 당 대표의 윤리위 징계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했을 것으로 여겼던 국민들에게 윤 대통령이“내부총질이나 일삼던 당 대표….”란 표현으로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으니 30% 콘크리트 지지율이 무너질 만한 충격이었다.

사실 민주주의 정치는 효율적이기보다는 매우 불편한 정치체제다. 정치철학이 다른 상대와도 웃으며 만나 협상하고, 서로의 견해차를 좁혀가며 타협해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 정치다. 하물며 같은 당의 대표가 다소 불편하거나 거슬리는 말을 한다고 해서 명백한 불법행위의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윤리위를 통해 당원권정지 6개월이란 중징계를 내리게 하고, 또 다시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켜 토사구팽하는 모양새는 국민들 보기에 모양 사납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한 젊은 보수지지층들은 “젊은 당 대표를 헌신짝처럼 내치는 국민의힘을 더이상 지지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이런 여론이 콘크리트 지지층을 흔들어놓았을 것이다.

흔히 진보성향의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과 맞지않을 경우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나 친인이라도 거리낌없이 내친다. 그러나 보수성향의 사람들은 자신의 보스를 배신하는 건 물론이고, 자신을 도운 부하를 작은 실수나 흠집을 이유로 내치는 행태 역시 혐오한다.

예를 들어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세정책을 쓰면서 복지를 늘리겠다는 자신의 정책에 대해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가 “증세없는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정면비판하자 ‘배신의 정치’프레임을 씌워 축출해버렸다.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집권한 진보진영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정권을 다시 찾아온 보수진영 윤 대통령은 유승민 전 의원실에 인턴으로 근무하며 정치에 입문했고, 박 전 대통령이 최고위원으로 발탁했던 이준석 당 대표를 ‘배신의 아이콘’으로 덧씌워 내치려 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젊은 정치인의 명줄을 영영 끊어놓겠다면 결코 좋은 꼴 보기 어렵다. 5선 중진의원이자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을 맡은 서병수 의원이 이 대표의 명예퇴진론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국민의힘이 비대위체제 전환을 위해 최고위에서 전국위와 상임전국위 회의 소집을 의결하면서 법적 절차상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니 퇴로 없는 당 대표가 법정공방에 나서면 어떻게 될까. 정치가 법원의 판단으로 재단되면 삼권분립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정치적 혼란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이준석 대표의 명예퇴진을 보장해주는 대타협이 필요하다.

그럴 경우 국민의힘이 겪고있는 위기의 상당 부분을 봉합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력도 다시한번 조명될 수 있다. 밀어붙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

정면대치는 치킨게임으로 이어지고, 파국을 맞게 될 위험이 크다. 행인의 옷을 벗기기 위해서는 강풍으로 몰아치기보다 따뜻한 햇볕이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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