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계를 넘었다. 지난 5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지지율은 24%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순실 국정 개입 논란이 증폭됐던 2016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4주간 평균 지지율과 같은 수준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광우병 파동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 쳤던 때에 비견된다.

빨리 수습하지 못하면 국정이 마비될 상황이다. 광우병 파동 때도 야당이 함께 불을 질렀다. 지금이 그때보다 못하지 않다. 그때는 가짜뉴스라는 외부 요인이었다. 지금은 집권 세력 스스로 분란을 자초하고 있다. 대통령 부부는 물론이고, 대통령실과 내각, 집권당 지도부가 모두 화근이다.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은 초보 정치인이다. 본인도 “제가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라고 했다. 측근 관리와 인사, 정책 등 불거진 문제들부터 해결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학습 능력은 뛰어나지만, 중심을 잡으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 모자란 부분을 보완해줘야 할 집권 세력이 권력 투쟁으로 문제를 더 키운다. 내부 갈등을 끝내지 않으면 어떤 노력을 해도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국민의 눈으로 봐야 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징계를 놓고 법을 따진다. 정치적 유불리를 평가하고, 억울하고, 섭섭한 점을 거론한다. 그렇지만 국민의 눈으로 보면 오십보백보다. 누가 더 잘했고, 못했는지를 떠나 꼴사나운 갈등을 빨리 끝내주기를 기다린다. 힘센 사람들의 권력 놀음에 국정이 마비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이 대표 문제는 이미 강을 건넜다. 이 대표 징계는 정당 내부 문제다. 정당원 다수가 교체를 원하면 그것이 정당의 뜻이다. 경쟁 정당 지지자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소송해도 소용없다. 이제 와 이 대표 징계를 철회할 수 있나. 윤 대통령의 뜻이 실려 있어 징계 의견으로 쏠린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하지만 국민의힘 출신 대통령의 실패는 피하고 싶은 것 역시 당원들의 마음이다.

지금 징계를 뒤집으면 당은 어떻게 될까. 6개월 뒤 이 대표가 대표직에 복귀하면 당이 정상적으로 굴러갈까. 일단 현실을 인정하고, 갈등을 조기 수습하기를 바라는 당원이 다수일 것이다. 일반 국민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 이 대표가 국정과 당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 당원들에게 빚을 남겨 정치적 미래를 도모하는 길이다.

이 대표는 두 번 도박했다. 대통령 선거가 한창일 때 유세를 포기해 지지율이 뒤집히게 했다. 결국 윤석열 후보가 무릎 꿇었다. 결과가 윤석열 당선이었지만, 이 대표는 대선 패배를 감수하는 벼랑 끝 승부를 걸었다. 겨우 0.73% 이겼다. 보수진영의 대선 패배로 도박해 이 대표가 얻은 것이 무엇인가.

이 대표는 5일 페이스북에 “내부 총질이라는 인식도 한심”하다고 썼다. ‘내부 총질’이라는 문자를 보낸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장재원 의원에게는 ‘삼성가노(三姓家奴)’라고 비난했다. ‘아비가 셋’이라는 욕설이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전 의지다. 이번에는 국정 마비를 걸고 벼랑 끝에 섰다.

이 도박에서 이 대표가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다시 윤 대통령이 무릎 꿇기를 원하는 걸까. 이 대표의 문제 제기로 국민의 마음에 ‘윤핵관’에 대한 경계심은 이미 충분히 뿌리박혔다. 윤 대통령도 ‘윤핵관’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일단 뒤로 물려야 한다. 그들의 책임이 크고, 사태 수습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순서다. 이 대표도 그 정도로 명분을 얻고,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정치의 명분은 국민에게 있다. 윤 대통령을 공격한다고 그 지지가 이 대표에게 바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다. 보수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에게 불만이 있어도 이 정부가 중도 하차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좋으나 싫으나 5년 동안은 윤 대통령에게 기회를 줄 수밖에 없다. 질책을 넘어 몽둥이를 들면 반발하게 된다. 소수 ‘팬덤’을 넘어 전체 보수의 지도자가 되려면 보수 지지자들의 희망을 담보로 도박해선 안 된다. 자기를 버리고, 당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일 때 미래가 있다. 재승박덕(才勝薄德)한 정치인치고 오래간 사람이 없다. /본사 고문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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