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스 브래너 감독 ‘벨파스트’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벨파스트’는 북아일랜드의 수도이다. 영국의 서쪽에 위치한 아일랜드 섬. 그 섬의 북쪽 영국령에 속하는 지역이 북아일랜드다. 그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아일랜드 공화국이다. 16세기 잉글랜드 왕국의 핸리 8세에 의해 아일랜드가 점령당하게 되면서 원주민과 이주민, 가톨릭과 개신교의 갈등이 시작된다.

가톨릭을 믿던 아이리쉬(아일랜드인)와 잉글랜드인에 의해 전파된 개신교 간의 갈등은 지배와 피지배의 권력다툼과 맞물려 오랫동안 아일랜드에 갈등을 일으키고 피바람을 불게 했다. 중세부터 시작된 잉글랜드의 지배는 수백년간 이어졌고, 근대를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아픈 상처를 남기게 된다.

1차 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4월 24일 부활절 봉기라 일컫는 아일랜드의 독립운동이 시도되지만 봉기 주모자들은 영국군에 의해 진압된다. 이후 1차 대전이 끝난 직후 1918년 12월에 실시된 영국 총선에서 아일랜드인들은 중도 좌파연합인 신페인당에 압도적 승리를 몰아주었다. 부활절 봉기에서 살아남은 지도부들은 대거 신페인당에 입당해 당선되었다. 아일랜드의 다수당이 된 신페인당은 아일랜드 의회를 구성하고 아일랜드 공화국으로 독립을 선언한다.

아일랜드 공화국은 영국 정부에 대항해 군대를 조직하고 영국에 맞선다. 1919년 1월 21일부터 시작된 전쟁은 1921년 7월 11일 휴전할 때까지 이어진다. 이후 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 6개주를 제외한 남부 26개주를 자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앵글로-아이리쉬 조약을 체결하게 된다.

그 이전까지 지속되었던 아일랜드 공화국 북아일랜드 통합은 사실상 폐기되었고 아일랜드의 분단은 고착회된 상태로 남게된다.

영연방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 평화롭고 화려한 도시를 비추던 카메라는 담장을 넘으며 1969년의 벨파스트를 비춘다. 그곳에서 버디는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다니며 골목길을 누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행인들의 발자욱 소리, 아버지를 기다리던 공간이며, 엄마가 아이들을 부르던 일상의 공간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1969년 8월 15일 벨파스트에 사는 천주교도들이 참정권과 사회적 차별대우 등의 철폐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다.

이 시위는 개신교도와 천주교도가 충돌하면서 유혈폭동으로 번져가게 된다. 영화 ‘벨파스트’는 그 시작점이 된 공간이며, 9살 주인공 버즈와 가족들, 친구들이 있던 일상의 공간이 변해가는 모습 속에서 펼쳐진다. 흑백의 영화는 소년과 그 소년을 둘러싼 공간들 속에서 펼쳐지는 불안한 상황을 철저하게 아홉살의 시선으로 담는다. 파괴된 일상과 시시각각 다가오는 폭력의 기운들이 소년을 둘러싼 집과 골목, 도시로 번져간다. 하지만 그 불안의 무게는 어른들의 몫일뿐 버디의 일상은 달리진 풍경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아홉살 소년에게 벨파스트의 골목은 그가 인식할 수 있었던 세계의 전부였고, 찬란하고 아름다운 일상의 공유 공간이었다. 달라진 풍경의 무게를 알 수 없었던 버즈는 그의 세계가 흔들리며 균열이 가고 가족들과 함께 영국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익숙했던 모든 것들을 뒤로 해야한다는 것에 저항한다. 그것은 딱 아홉살 소년이 이해할 수 있었고, 견뎌야했으며 기억하는 만큼의 몸부림이었다.

아홉살 때 벨파스트를 떠났던 케네스 브래너 감독. 그의 기억이 남았던 그때의 감각이 그 시절의 소년이 되어 펼쳐진다. 감독의 감각 속에서 1969년의 벨파스트는‘무채색의 도시’였으며‘색깔로 기억되어지는 건 영화’였다고 한다.

그래서 ‘벨파스트’는 흑백영화지만 영화가 상영되는 몇몇 장면들은 컬러로 표현되는 순간들이 있다.

영화 ‘벨파스트’는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이 어떻게 보편적인 추억으로 남는가를 보여준다. 한 공간의 추억이 한 도시의 추억이 되는, 역사 속에서 뜨거웠고 아팠던 도시의 추억을 회상하는 방식을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는 영화라고 하겠다.

/(주)Engine42 대표 김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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