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욱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노승욱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극복해 나가는 자폐인 변호사의 성장과 사랑 스토리에는 특별함이 있다. 1%가 갖는 천재성이라고 하지만, ‘우영우’로 인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우영우’를 자폐 장애의 관점에서만 보면 또 다른 핵심 주제를 놓칠 수 있다. 이는 주인공이 선배 변호사에게 냈던 고래 퀴즈와 유사하다. “22톤의 암컷 향고래가 500킬로그램의 대왕오징어를 먹고 1.3톤짜리 알을 낳았다면 이 향고래의 몸무게는 얼마일까요?” 이 질문의 정답은 “포유류인 고래는 알을 낳을 수 없다”이다. 무게에만 초점을 맞추면 문제의 핵심을 놓친다는 것이 퀴즈의 의도이다. 해법을 찾기 위한 프레임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우영우’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프레임으로 볼 때 주제가 더욱 명확해진다. 이 드라마에서는 ‘서울대’라는 실제 명칭이 유독 강조되고 있다. 또한 서울대 출신 등장인물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주인공과 그녀의 부모, 소속 로펌의 대표와 주요 변호사들이 모두 서울대 동문이다. 어린이해방군 총사령관을 자처했던 인물도 서울대를 나왔다. 이 드라마에서 서울대는 사회의 상층을 형성하고 있는 엘리트 집단을 상징하고 있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가 ‘특혜와 책임’이란 책에서 분석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상층은 1만5천여 명 정도이다. 전체 인구 대비 약 0.03%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송 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상층은 있는데 상류사회가 없고, 고위직층은 있는데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없다고 일갈한다. 그 전형적 예로 높은 지위를 갖고 있는 정치인, 관료, 법조인 등을 들고 있다.

‘우영우’에서 서울대는 왜 에둘러 지칭되지 않았을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덕목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였을 수 있다. 그 중심에 서울대 로스쿨 수석 졸업자이자, 자폐인 변호사인 우영우가 있다. 장애인의 핸디캡을 극복해 나가면서 그녀는 변호사의 도덕적 책무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갖는다. 이 드라마가 강조하는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양쯔강돌고래’편에서 주인공은 대형 로펌 변호사로서 사회적 강자를 주로 변호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고민한다. 우 변호사는 상대편 인권 변호사를 바다가 아닌 강에서 살다가 멸종된 양쯔강돌고래처럼 느낀다. 그렇지만 멸종되지는 않기를 바란다. 함께한 자리에서 그 변호사는 안도현 시인의 ‘연탄 한 장’을 낭송한다. 이 시에는 변호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질문의 답이 암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우영우가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해 묻는 질문은 현실의 사회 지도층에게도 부여되는 것이다.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이라는 시구에서부터 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우영우의 질문은 천재성이 아닌 진정성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우영우 현상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상류층의 자각과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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