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 연재소설 ‘Grasp reflex’

/삽화 이건욱

허 형사는 아내가 죽던 날이 생각난 듯 왼손으로 턱을 괴었다.

-그렇지요. 대부분 그렇다 하더라고요. 이게 현금을 바로 주니까 그런 일이 생기는 거죠. 상처 입은 사람들 손에 현금을 쥐여 주니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좀 그렇지요. 그게 어떤 돈입니까? 자기 가족들이 달고 있던 장기를 판 돈 아닙니까? 살아 있는 사람 마음을 긁기에는 충분하지요. 얼마 되지는 않지만.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 더 그렇게 만들지요. 하룻밤에 써 버리기에 딱 적당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현금으로 안 줍니다. 계좌로 쏘지요. 이게 그런 것이. 통장에 들어온 돈을 다시 뽑아 쓰는 게 의외로 힘들거든요. 하하.

웃을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우현은 어쩔 수 없었다.

-웃어서 죄송합니다.

우현이 말을 덧붙였다.

-아니야. 이젠 괜찮아. 시간이 좀 지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 웃어도 돼. 그건 그렇고. 뭐 들은 것 없어?

허 형사가 물었다.

-네? 올더앤베러 회장 사건 말입니까?

-내가 우현 씨 만나서 물어볼 것이 다른 게 뭐 있겠어? 뭐라도 들은 게 있거나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으면 말 좀 해줘.

허 형사가 우현의 입을 바라보았다.

-하아. 도움이 될 만한 것이라. 일단 저에게 들어온 물건은 없습니다. 보통 물건이 들어오면 이식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바로 수술을 받거든요. 사건 후로 인공 장기 이식 수술을 받은 사람들을 살펴보는 것도 한 방법이지 싶습니다. 방금 말씀드렸지만 사건 이후에 제가 연결했던 수술들은 그 사건하고는 관계없는 것입니다. 괜히 엮지 마십시오. 또 보자. 뭐가 도움이 될까요. 수사 내용을 조금 알아야 제가 말씀드릴 것이 더 있지 싶은데요. 제게 말씀해주실 것은 없습니까?

허 형사가 담배 한 개비를 새로 입에 물었고, 우현이 불을 붙였다.

-음. 별로 진척된 것이 없으니까 우현 씨에게 도움을 청하는 거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시체가 발견된 차량이나 그 주위가 범행 장소는 아닌 것 같아. 시간이 안 맞아. 인공 폐가 신제품이라 그 폐에서 보내오는 신호가 있는데 정확하지는 않아도 대강의 거리를 알 수 있다 하더라고. 추정해보니 남해안 쪽 어딘가에서 범행을 했던 것 같아.

우현이 붙여준 담배의 끝이 발갛게 타들어 가는 것을 보며 허 형사가 말했다.

-그래요? 보통 GPS나 그런 것은 없는데.

-그렇지. 그런데 이번에 그 폐는 신제품이라 작동이 잘 되는지 어떤지 모니터링을 하려고 달아 놓았다 하더라고. 기계가 작동을 멈추면 신호가 오지 않고, 기계가 켜지면 신호가 오고. 그렇지 않아도 저번 주에 제조회사에서 연락이 왔어. 다시 기계가 켜졌다고.

허 형사가 담배 끝을 후 하고 불었고 우현은 물을 마셨다. 그리고 말했다.

-그러면 끝난 것 아니에요? 신호를 따라가서 찾으면 되겠네요.

-그게 아니야. 신호를 분석하면 대강의 거리는 나오는데 정확한 위치를 말해주지는 않거든. 거리로 보면 중국이나 일본이라네. 그런데 어디를 돌아다니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거지. 신호 추적기 같은 것을 가지고 일본이나 중국으로 건너가 돌아다니면서 찾으면 몰라도. 말이 쉽지. 그걸 어떻게 하나. 어딘지 알아서? 설령 가까이 가더라도 누군지 알기 힘들다네. 대강의 위치만 아는 거지.

허 형사가 코끝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어쨌든 물 건너간 거네요.

-그렇지.

-으음. 제가 요즘은 국내 일만 하다 보니 그쪽으로 주로 누가 하는지 잘 몰라요. 다만 하나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일본이나 중국 쪽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거. 일본은 중고 물건을 잘 안 쓰는 나라고, 중국은 이 년 전부터 경계가 워낙 삼엄해서 물건들이 들어가기 어렵거든요. 공안들이 뜯어가는 것이 많기도 하고. 제가 중국 쪽 비즈니스를 접은 이유도 그겁니다. 오히려 그 정도 거리라면 러시아나, 몽골 뭐 이런 곳도 염두에 두실 필요가 있을 겁니다. 말하고 보니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이야기네요.

우현은 말을 하면서 허 형사를 살폈다. 우현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기도 했고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아니야. 좋은 충고야. 일본, 중국이 어떤지는 나보다 우현 씨가 더 잘 알잖아. 고마워. 그런데 지난번 내게 보낸 문자 말이야. 무슨 뜻이야?

우현의 말이 끝나자말자 허 형사가 물었다.

-아. 네. 다른 뜻은 아닙니다. 제가 뭐라고 보냈는지 기억도 잘 안 나네요. 허 형사님이 제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나 싶어서 좀 강하게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뜻은 없었습니다. 허 형사는 아이스 커피의 얼음을 어금니로 부숴 먹었다. 뿌드득. 얼음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아닙니다. 문자로 보내다 보니까 좀 딱딱해졌었나 봅니다. 오해하기 딱 좋지요. 이래서 마주 앉아 애기를 나눠야 한다니까요. 그래서 제가 연락드린 것 아닙니까? 하하. 우현이 너스레를 떨었지만 허 형사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허 형사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우리 집사람이 가지고 있던 콩팥이 어디서 온 건데?

-그걸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언제 어디서 수술했는지도 기억이 안 납니다. 그냥 기억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 것뿐입니다. 이미 지난 일을 뭘 알려고 그러십니까?

우현은 자신을 바라보는 허 형사의 눈을 피해 천장의 선풍기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이어서 덧붙여 말했다.

-안 바쁘십니까? 저도 형사님과 오래 앉아 있으면 안 좋습니다. 그만 일어나시지요. 커피값은 제가 내겠습니다.

허 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현은 계산대로 가서 계산을 했고, 허 형사는 커피숍의 문밖에서 우현을 기다렸다. 우현이 문을 열고 나오자 허 형사가 말했다.

-잘 마셨어. 참고할 만한 이야기도 고맙고.

-별말씀을. 그러면 저 먼저 가겠습니다.

우현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돌아서서 가려는 우현을 허 형사가 불러 세웠다. 그리고 물었다.

-참. 우현 씨. 전에 그렇게 말했었잖아. 이식 수술할 때 의사 옆에서 보조를 직접 선다고. 말이 보조지, 자기가 거의 다 한다고 했지 않나?

-아, 예. 그거요? 제가 그냥 허세를 좀 부린 거지요. 제가 감히 어떻게.

-아니야. 그런 게 아니고. 그러면 뗄 줄도 아는 거지?

-네?

/김강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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