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자

나는 칼이다. 나의 말로 인해 당신은 패대기쳐진 심장이다.

(중략) “정확”하게 비뚤고, 서툴게 “정직”한 나는 당신을 내장처럼 벗겨 버린다.

폭죽처럼 터지고, 권투 글러브처럼 터지고, 고름처럼 터지는, 관계.

그것이 나와 당신의 관계다.

소통은 소통하지 않기 위해 소통한다.

관계는 관계하지 않기 위해 관계한다.

없는 당신의 세계에서 나는 시인이다.

(* 위의 글은 시가 아니라 ‘칼로’라는 산문의 일부이다.

하지만 시라고 해도 손색없는 문장이라고 생각되어 옮겨왔다.)

위의 글에서 ‘당신’은 독자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지만 시인의 또 다른 자아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게 읽으면, 시적 자아는 자신의 다른 자아를 “내장처럼 벗겨 버”리기 위해 정확하게 비뚤고 서툴게 정직한 말을 발화한다고 하겠다. 하여 시적 자아는 자신의 껍질을 벗겨버리는 ‘칼’이 된다. 그렇게 ‘당신-나’를 고문하는 ‘칼’은 ‘당신-나’에 대해 “소통하지 않기 위해 소통”하면서 엄격한 시적 자세를 갖게 한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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