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떠올리게 하는 록페스티벌. /Pixabay
지난 주말 렛츠락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서울에서 하는 몇 없는 록페스티벌인지라,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공연도 거의 없었던 터라, 좋아하는 밴드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한 달 넘게 들떠있었다. 비가 오면 어떡하나, 코로나가 다시 심해져 취소라도 되면 어떡하나, 갑자기 혜성이라도 떨어져 지구가 망해버리면 어떡하나 등등 별 생각이 다 들었었다.

이렇게까지 들떠있었던 건 반 쯤은 한 밴드 때문이다. ‘실리카겔(Silica gel)’. 너무도 좋아하는 밴드지만, 2017년쯤에 마지막으로 공연을 본 뒤로 밴드의 사정과 내 사정이 겹쳐 5년 넘게 공연을 볼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가까스로 시간과 운이 맞아 이번에는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5~6년 전만 해도 무명의(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세련된 음악을 하는) 팀이었던 이들이 여전히 좋은, 멋진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게 기뻤다. 멋지지 않은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견디고 버티며 자신들의 음악을 해나가는 사람들이라니.

소감부터 말하자면, 너무 감동 받아서 실신할 뻔 했다. 보컬도, 기타도, 베이스도, 드럼도, 모두 너무너무 멋졌다. 조금 멀리서 무대 전체를 바라보며 공연을 즐길 생각이었는데, 흥분한 나머지 무대 바로 밑의 관객들과 섞여 소리를 지르고 호들갑을 떨며 가사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특히 작년에 발표된 곡인 ‘Desert Eagle’이 연주될 때에는, 꼭 물속의 해파리 같은 기분이 되어 눈을 감고 한껏 흐느적거리고 말았다.

록페스티벌의 묘미는 이런 것이다. 항상 나의 귀로만, 마치 1인용 오락처럼 들어오던 음악을 바깥에서 큰 소리로, 세상을 모두 찢어버릴 것 같은 굉음으로 ‘함께’ 듣는 것. 모두가 리듬에 맞춰 발을 구르고, 손을 휘젓고, 자기만의 춤을 추고, 하지만 그게 모여서 작은 공동체가 되어 움직이고, 소리를 지르고, 함께 박수를 친다.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소리를 들으며 같은 속도로 몸을 흔든다. 그건 조금 주술적으로 느껴지는 일이기도 하고, 때로는 어떤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는 작은 모임처럼 느껴지는 일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지난 2년이 그리 힘들지만은 않았다. 읽고 쓰는 일이 직업인 나의 입장에서는 귀찮은 모임과 만남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래서 억지 표정과 억지스러운 말들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덕분에 시간을 내 마음대로 효율적으로 쓸 수 있었고, 논문도, 평론도, 혼자만의 취미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그래서 내게 지난 2년은 힘든 시간이라기보다는, 나의 삶을 나의 마음대로 정초해나갈 수 있어 소중한 시간에 가까웠다. 단지 가까운 누군가가 아프거나, 내가 아플 수 있다는 위험이 존재하기에 마냥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을 뿐. 지난 2년 동안, 무언가를 잃기 보다는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자영업을 하는 분들이나 사업체를 운영하는 분들, 혹은 공연을 생업으로 사는 사람들에게는 죄송한 말들이다.

하지만 록페스티벌에 사람들과 함께 모여 음악을 듣고, 몸을 흔들고, 맥주를 마시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나 또한 많은 것을 잃어버린 채 그것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아온 것 같다고. 큰 소리로 사람들과 웃고 떠들 수 있는 자유. 큰 목소리로 소리 지르며 음악을 듣고 춤을 출 자유. 햇살 아래에 누워 하늘을 바라볼 자유 같은 것들. 아주 작고 연약해서 때로는 우리가 갖고 있다는 것조차 잊게 되곤 하는 그런 자유들. 그것이 다시 내 손에 들어오고 나서야 나는 그것들을 잃어버렸었다는 걸 알았다.

광장에 모인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모두가 이토록 예쁘고도 힘겹게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 그 안에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도,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도, 공부를 하는 사람도, 나처럼 혼자만의 일을 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지난 2년간 내가 잊고 있던 건 그런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아간다는 것. 스마트폰 어플 너머에 있는 건 프로그램이나 기계가 아니라, 그런 사람들이라는 것.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밖으로 나가, 남은 9월의 햇살에 몸을 맡겼으면 좋겠다. 그래서 당신도, 당신이 무언가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린 건 없었는지 돌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 햇살이 당신을 잔뜩 쓰다듬어주고, 잘 버텨왔다고 속삭이는 소리를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비록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지만, 어쩌면 이후에 더 큰 고난이 찾아오더라도, 인간은 그런 순간들을 통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법이니까.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