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고통이고 행복은 저 너머에 있을까? /언스플래쉬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다. 이를테면 햇빛이 방사형으로 쏟아지는 어느 오후나 늦잠을 자고 일어나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는 주말 아침과 같은. 이때 느껴지는 모종의 행복감이 끝끝내 지속되었으면 한다.

사실, 이와 같은 순간은 찰나에 불과하다. 달콤한 꿈처럼 끝을 맺고야 마는 일시적인 감정으로 귀결된다. 우리의 일상은 지난하리만치 길고, 대부분의 시간은 현명하지 않은 방법으로 보내기 마련이다.

시간이라는 건 그렇다. 모두에게 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진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누군가는 정신없이 수많은 일들에 치여 쫓기듯이 살아가기도 한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선택을 하고 그것은 인생이라는 타임라인에 새겨져 결코 삭제할 수 없다. 과거를 두고 후회하며 미래를 생각하며 불안해하는 일. 이것은 우리의 현실이지만 어쩐지 전혀 다른 두 세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삶이란 때론 즐겁지만 대체로는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과정이다. 이따금 이것이 부당하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세상에 기쁨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픔 따위는 하나도 없이 평화와 사랑과 가득한 세상에서 모두가 손을 맞잡고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존 레논의 노래 가사처럼. ‘상상해 봐요. 모든 사람이 평화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탐욕과 굶주림이 필요하지 않고 오직 사랑만이 존재하는 사람들….’

그렇다면 현실은 고통이고 행복은 저 너머에 있을까. 영원한 기쁨이란 삶을 살아가는 존재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그러니까 그저 갈망함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우리는 모두 근원적 슬픔과 고독을 공유하고 있고 이것은 당연한 일처럼 느껴진다.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가만히 있는 내가 너무나 한심하게 느껴지는 날. 바뀌어야 해, 지금의 시간에서 벗어나 뭔가 다른 모양으로 변화해야 해, 하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은 날. 하루하루를 그저 흘러가는 대로만 보내는 것은 어쩐지 방향성을 잃어버린 상황처럼 느껴진다.

새로운 경험이나 먼 곳으로 훌쩍 떠나는 여행과 같은 활동은 우리에게 요동치는 감각을 선물한다. 어쩌면 내가 너무 삭막하게 사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일부러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세계를 만나면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눈과 귀와 피부가 동원되어 누리는 즐거움이 발생한다. 우리는 그토록 가슴 뛰는 시간을 지속하고 싶고 무한으로 늘리고만 싶다.

요동치고 일렁이는 감정은 우리의 감각을 일깨운다. 그러나 삶이 정말 그런 것들로만 채워져 있다면 우리는 그 순간들을 오롯이 감각으로 느낄 수 있을까? 행복과 기쁨은 모래사장 속에 숨어있는 빛나는 보석과 같다. 너무나 아름답지만, 자칫 잘못 밟게 되면 깊은 상처로 남을 수도 있다.

우리는 그것을 안전하게 찾아내서 소중하게 간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넘실대는 파도가 안팎으로 다 빠져나가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평범한 모래 알갱이가 모여 거대한 바다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인생의 숨겨진 비밀이 아닐까. 우리 삶에 빛나는 보석만 있다면 우리는 오히려 모래 알갱이를 찾아 헤맬 것이다. 일상은 여름 낮의 태양처럼 지난하리만치 길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안전하기도 하다. 매일매일 우리에게 찾아드는 고통과 어떤 기억과 냄새와 감촉이 있기에 기쁨이 존재한다. 밤이 가면 아침이 오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사실처럼.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저 그런 책들을 얼마간 읽다가 낮잠이 들고, 나를 찾는 연락은 하나도 오질 않고, 이렇게 하루가 끝났구나, 불 꺼진 방안에서 오늘 하루의 변변치 않은 사건에 대해 생각하는 일, 이토록 사소한 순간들이 우리 삶을 지탱하는 것이라고.

당장은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는 찾게 될 빛나는 조각들에 대해 믿어야 한다고. 그러다 보면 문득문득 찾아오는 텅 빈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니 무엇보다 우리 모두의 지금 이 순간을 응원한다. 창창한 아침 햇빛을 받으며 눈을 떴다면, 밖으로 나와 단 한 걸음을 걸어냈다면, 위로하며 어루만지는 따뜻한 손길을 느꼈다면, 우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대단한 순간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 지난하고도 반짝이는 찰나의 순간들이 모여 오늘을 만들고 역사를 구성한다. 조금씩 그러나 아주 소중한. 평범한 오늘이라는 시간은 아름답고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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