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디지털세상이다. 사이버와 온라인, 인공지능과 4차산업혁명은 세상을 바꾸어 놓는다. 어떤 세계가 펼쳐질 것인지 사뭇 궁금하다. 상상과 추측을 해 보지만 그리 선명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어느 사회설문조사에서 10년 내에 사라질 직업으로 번역가, 경리직원, 공장근로자, 비서 등을 꼽으면서, 앞으로도 생존할 직종으로 연예인, 작가, 영화감독, 운동선수, 화가, 조각가 등을 선정했다 한다. 실제로 그럴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이들 직업군에는 나름 관통하는 유사점이 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들은 기계가 대신하게 되고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일들은 살아남을 것이라는 예측이 아닌가. 산업화의 물결 속에 넘치듯 부족했던 인적요소를 앞으로는 대체로 인공지능이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 예견이다.

인공지능은 법률, 의료, 회계 등의 전문직에도 도전한다. 과정의 정교화와 예측의 최적화가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예측도 빗나가는 셈이다. 아무리 복잡하다 해도 수학적으로 모델링이 가능할 인간의 모든 활동은 인공지능이 잠식할 터이다. 살아남으려면 상상을 뛰어넘는 변칙과 변화를 담았거나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나만의 그 무엇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니, 4차산업혁명의 물살에도 든든하게 생존할 직군으로 ‘문화’와 관련된 일들만 떠오르는 게 아닐까. 하기야, 창의와 상상조차 인공지능의 앨고리즘이 곧 따라올 것이라 한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일전도 이미 보지 않았는가. 상상을 초월하는 상상력과 창의는 넘는 창의가 필요한 셈이다. 그런 상상과 창의는 놀랍게도 ‘사람다움’을 회복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나만의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 우리만의 이야기, 즉 우리 문화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스토리를 찾아야 한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놀이문화는 향수어린 우리만의 옛 기억을 오늘의 좌절과 느낌에 절묘하게 연결하였다. 문화원형이란 그런 게 아닐까. 우리에게만 그리고 내게만 있는 모습과 이야기를 세상이 공감할 스토리로 끌어낼 때 함께 공유하는 성공으로 이어져 간다. 생각해 보면, ‘미나리’도 그랬고 ‘기생충’도 그랬다. 나만 품고 있었을 이야기 줄거리를 남들과 나눌만한 주제와 연결시키는 능력, 스토리텔링의 힘이 아닌가.

‘디지털’을 극복하는 힘은 놀랍게도 ‘아날로그’에서 나온다. 일과 일,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만들고 발전적으로 관리해 가는 일이 인공지능에게 가능할까? 기계적이며 디지털적인 분석과 예측, 작업과 진행이 가능하다 해도 ‘관계’를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일을 기계가 할 수가 없다. 기계가 절대로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4차산업혁명시대에 살아남는 길이 아닐까.

디지털환경에도 잘 적응하면서 아날로그적 감수성과 인간적 관계형성능력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수준의 창의와 혁신을 만들어야 한다. 전통적인 산업직군들이 인공지능의 심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문화’ 관련 영역들이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문화로 강한 우리 모두가 되어야 한다. 사라지는 것들과 살아남을 것들을 잘 구분해야 할 터이다. 문화가 강해야 모두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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