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태수필가
조현태
수필가

조금씩 시력이 나빠지다가 마침내 완전히 빛을 감지하지 못하는 여자가 있었다. 그래도 조금 어둔하고 느리지만 별 지장을 느끼지 않고 살았다. 왜냐면 지금껏 살면서 세상의 여러 가지 경험을 토대로 꾸준히 연습하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눈으로 보이는 것만 없을 뿐 신체의 다른 기능은 여전하여 본인이 느끼는 불편함은 크게 없는 듯 했다. 다만 조심스럽고 느릴 정도였다.

1급 시각장애 때문에 결혼은 포기하고 혼자 살기로 작정했는데 어느 날 좋은 남자를 만났다. 장님 아가씨의 눈이 되어줄 요량으로 결혼을 제안한 남자가 있었다. 여자 쪽에서야 평생을 도움만 받고 살아야 할 상태라서 많이 망설였다. 한 남자의 장래에 자신이 끼칠 피해가 어떨지 손바닥 보듯 했겠지. 하지만 남자의 끈질긴 설득에 못 이겨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

남편 입장으로는 항상 아내와 함께 행동하며 세심하게 배려하겠다고 다짐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고 불안하여 매우 신경을 썼다. 하지만 함께 생활해 보니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도 될 듯 했다. 외출이든 집안 청소든 아니면 음식을 조리하든 아내 혼자 거침없이 해냈다. 이를테면 시장 갈 때 지팡이 하나만 들면 해결되었고 식재료를 구입하여 냉장고에 보관하여도 어떤 것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무슨 요리를 하면 어떤 재료가 있어야 하고 어디에 두었는지 훤하게 알고 있는 터라 조금도 어색하거나 실수하지 않았다. 누군가 도와주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도록 부단하게 노력하고 있음을 보았다. 이제 남편은 직장에도 마음 놓고 다닐 수 있었고 아내 혼자 외출을 해도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당연히 아내를 더욱 아끼고 사랑하며 두터운 믿음으로 용기가 되어주었다.

아내가 이렇게 된 연유는 간단했다. 혼자서도 살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했던 것이다. 야채 썰기, 갖은 양념하기, 끓이기, 그릇에 덜어 상차리기, 그리고 남편과 함께 식사하고 설거지하기.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척척 잘 해야 하는 것이 목표인지라 눈물겨운 연습과 훈련을 거듭했다. 더러는 실수하여 부엌칼에 손을 다치기도 했고 손에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이를 악물고 다시 도전하여 끝내 성공하기를 반복하고 또 했다. 그 결과 나중에는 두 눈이 멀쩡한 사람에 버금가는 전업주부의 고유한 업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눈길에 사랑하는 빛이 반짝반짝 했다. 이러한 사연에 필자도 그 남편에 못지않은 응원과 격려가 쏟아졌다.

남다른 연습과 훈련으로 없어진 눈도 있게 하는 상황에 최근의 정치가 겹쳐진다. 정치학을 전공하고 해당 학위도 취득하여 수십 년 동안 정치 현장에 몰두한 사람이 아닌가. 장님도 귀머거리도 아니요, 사지가 멀쩡하고 명석한 두뇌까지 갖추었으면 그 많은 훈련과 경험이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조금도 전문 정치가로 여겨지지 않는 까닭은 뭔가. 전혀 정치를 모르는 농부나 어부보다 더 어설프고 교활하게 보이니 이게 웬일인가.

필자는 외치고 싶다. 장님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심혈을 기울여 관찰하고 배울 용의는 없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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