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이 지켜온 대보름 의미 3가지
‘무병장수’ ‘풍요’ ‘마을공동체의 안녕’
건강하고 배고프지 않는 세상을 소원
“달님 찾아 코로나 물러가길 소원하고
각 가정마다 소소한 복 누릴 환경 되길”

한국에서는 지신밟기, 연날리기,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등 정월대보름에 다양한 전통놀이를 전승했다. 포항 형산강 달집태우기. /김주영 사진작가 제공

15일은 음력 1월 15일로 새해 첫 보름날인 정월대보름날이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달에게 소원을 빌었다. 그 간절한 기원은 지금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물리쳐야 할 적, 코로나 때문이다. 언택트 시대 정월대보름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정월대보름은 한자어로 상원(上元)이라고 한다. 달을 중심으로 세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동아시아문화권에서 보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일 년을 상원(음력 1월15일), 중원(음력 7월15일), 하원(음력 10월15일)으로 나누었다. 그에 따른 세시풍속은 농경을 기본으로 하였던 우리 문화의 상징적인 면에서 의미가 크다.

정월대보름에 행해지던 세시풍속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각 가정에서는 오곡밥과 나물 먹기를 비롯하여 부럼 깨기, 귀밝이술 먹기, 샘에서 용알뜨기, 다리밟기, 더위팔기, 소밥주기, 액막이연 날리기, 꿩알주우라고 김싸먹기 등이 있었다. 일 년 동안 가족의 건강과 소원을 바라는 기복 행위였다. 마을 행사의 대표적인 것은 동제 지내기, 지신밟기, 고싸움, 줄다리기, 달집태우기 등이 있었다. 마을의 안녕과 풍어와 풍년을 기원하고 주민들의 단합을 위한 것이었다. 마을이 없다면 개인도 없다는 것을 알고 행하는 풍속이었다.

우리 고장에 줄다리기가 이어져 오는 곳이 있다. 포항시 북구 송라면 화진리 구진 마을에는 매년 정월대보름에 앉아서 하는 앉은줄당기기가 펼쳐진다. 생업이 어업인데 별신굿을 대신하여 하는 놀이이자 제의의 개념이다. 줄의 형태가 게 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게의 붉은 색은 귀신을 쫓고 알은 다산을 상징한다. 이 마을에서는 여성들만 줄다리기를 하고 남자들은 풍물을 울리며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주민 전체가 참여하여 풍어를 기원하고 하나 된 마음으로 마을의 평안을 기원한다.

 

포항 죽도시장 지신밟기.   /김주영 사진작가 제공
포항 죽도시장 지신밟기. /김주영 사진작가 제공

조상들이 지켜온 대보름 풍속의 의미는 3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무병장수를 기원했다. 어느 시대에나 식구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것은 불변이다. 특히 농경시대에는 수명이 짧은 경우가 많았으니 더욱 그랬다. 확실한 병명을 모른 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다는 것은 슬픔이자 두려움이었다. 세상사를 주관하는 이가 있다 믿고 그에게 읍소하고 간절함을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했다. 그것이 하늘이었고 그중에서도 달이었다.

오늘날에도 건강은 중요시한다. 전화를 끊을 때면 아프지 말고 잘 있어라, 만나면 건강이 최고라며 운동과 식사를 강조하는 진심어린 말을 전한다. 어른들은 가끔 이 좋은 세월에 뭐가 아쉽냐 하면서 많은 돈과 행복이 있어도 몸이 무너지면 모두가 허사라고 욕심을 부리지 말라 한다.

코로나 시대에는 더 신경을 쓴다. 손소독 철저히 하고 마스크 꼭 끼고 정부에서 실시하는 방역수칙을 잘 따른다. 그것은 죽음의 그림자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가까이에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학이 발전하고 의료기술이 좋다 해도 넘어설 수 없는 한계가 있으며 지금이 그 한계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는 자급자족의 풍요를 바랐다. 조상들은 먹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다. 농경사회에서는 먹는 것이 건강과 노동에 직결되는 생활이었다. 살아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농사가 생명줄이었다. 풍년이 되기 위해서는 계절에 따른 날씨가 중요했고 날씨를 주관하는 신에게 기대는 수밖에 없었다. 지신을 달래고 비와 바람을 부리는 신에게 제사를 올리며 모두에게 넉넉한 일 년을 기원했다.

우리가 바라는 것도 풍요한 생활이다. 다만 농경시대의 풍요의 의미와는 차이가 있다. 먹고 사는 것의 근원적인 문제가 아니라 더 좋은 것, 더 나은 것을 찾아 끊임없이 요구의 종류를 바꾸어 간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신제품과 그에 따른 공장과 상점들이 생겨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인간의 욕구는 끝이 없어 동물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경주 양동민속마을 보름 축제 모습.  /김주영 사진작가 제공
경주 양동민속마을 보름 축제 모습. /김주영 사진작가 제공

그 결과 새로운 바이러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메르스, 사스. 신종플루, 코로나바이러스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일상이 흔들리는 불안한 상황을 겪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류가 꿈꾸는 더 나은 세상이 어떤 세상을 말하는 것인지, 계속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능력을 사용한다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자신에게 물어본다. 우리의 미래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밝은 전망보다는 불확실하다 예측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행복이 중요하지만 마을이라는 공동체의 안녕도 중요하게 여겼다. 주민들은 마을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는 동제를 지냈으며 동제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은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고 마을을 대표하는 제주는 부정한 언행, 부부 합방을 비롯한 금기 사항을 엄격히 지켰다. 그때는 마을공동체 유지를 위해 진심을 다해 기원하며 신을 중심으로 단합이 이루어졌다. 줄다리기나 고싸움을 통해 주민간 협동과 소속감을 고취시켜 나만이 아니라 모두가 잘 사는 마을을 만들고자 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마을공동체 의식은 희미해졌다. 생산의 주체가 단체에서 개인으로 바뀌었다. 직업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며 주민 수가 줄어들면서 공동체 마을은 서서히 힘을 잃어갔다. 새로운 환경에서 규칙적인 출퇴근과 소속된 회사에서 주어진 일에 전념하고 그에 따른 성과에 행동이 좌지우지되면서 개인을 위한 생각이 중요해졌다. 이웃들과 친구는 비교의 대상이며 넘어서야 할 상대였으므로 사람들은 지쳐갔다. 이제는 나만 행복한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생기는 시점이다.

코로나로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지금, 정월대보름의 무병장수, 풍요, 마을공동체를 기원하던 세시풍속을 상기해본다. 신의 영역을 성스럽게 여기고 마음을 다하여 섬기며 거창한 부자를 바란 것이 아니라 모두가 건강하고 배고프지 않게 사는 세상을 소원했다.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간절히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대보름에는 그 옛날 조상들이 달을 보고 기원하던 간절한 마음이 된다. 어린 시절 달님 앞에 비손하던 어머니가 부르던 달님, 그 달님을 찾아 지겨운 코로나 물러가길 소원하고 각 가정마다 소소한 복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빌어본다. 바람 부는 바다에서 액막이연을 띄워보자.

/양태순(수필가)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