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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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로 불러야 하나? 포스텍으로 불러야 하나?

1986년 설립되어 설립 36년째를 맞이한 포항공대의 명칭을 ‘포항공대’라고 불러야 하나 ‘포스텍’이라고 불러야 하나 헷갈린다고들 한다.

교육부에 등록된 공식 명칭은 포항공과대학교이지만 교내에서나 대외적으로는 영문명인 포스텍(POSTECH, POha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을 주로 사용한다. 영문명을 쓰는 주된 이유는 글로벌 시대에 걸맞고, 미국의 칼텍(Cal Tech·캘리포니아 공대)과 발음의 리듬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개교 초에는 PIT라고 MIT처럼 부르던 시절도 있었지만 학교사이즈나 성격으로 보아 칼텍이 더 모델이 맞았기에 포스텍이라는 명칭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여튼, 포항을 사랑하는 포항인들은 ‘포항공대’라고 해야 한다고 하고 세계적인 명성에 걸맞게 영어이름의 축약인 ‘포스텍’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맞선다.

미국 메세츠주에 있는 세계적인 공대 메세추세츠 공과대학은 MIT로 불리우지만 ‘M’ 이 메세추세츠 지역을 상징한다는 지역민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칼텍도 캘리포니아 공대의 약자로 역시 캘리포니아라는 지역명을 함축하고 있다. 포스텍에 포항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면 포스텍으로 불리워도 상관없겠지만 ‘칼’과 ‘포’는 큰 차이를 갖는다 ‘칼’은 캘리포니아를 의미하지만 ‘포’는 꼭 포항만을 의미한다고 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지역명 함축에는 다소 부족한 명칭이다.

포스텍은 THE, QS 같은 세계적인 랭킹기관들의 조사에서 포스텍이란 낯선 이름으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카이스트는 Korea를 품고 있고 서울대는 잘 알려진 한국의 수도 Seoul을 갖고 있어서 사람들이 외우기 쉽고 따라서 랭킹기관들의 대학의 명성 조사에서 유리한 점이 있다.

금년 일부 회복을 했지만 지난 몇 년간 포스텍의 랭킹이 고전을 하고 있는 원인중의 하나가 대학의 명성 조사에서 불리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역사가 짧다는 문제도 있지만이름이 부르기 힘들다는 문제도 있어 보인다.

대학의 이름은 때로는 대학의 위상을 올리고 내리는데 기여를 하기도 한다.

최근 동국대 경주캠퍼스가 ‘경주’라는 지역 명을 딴 이름을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하고 미래 발전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캠퍼스 명칭 변경을 ‘와이즈(wise) 캠퍼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최근 캠퍼스에서 지역 명을 빼거나 교명을 바꾸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희대는 수원캠퍼스를 ‘국제 캠퍼스’로, 건국대는 충주캠퍼스의 이름을 ‘GLOCAL(글로컬) 캠퍼스’로, 연세대도 원주 캠퍼스를 ‘미래 캠퍼스’로 바꾸어 부르고 있다. 부산권의 영산대도 캠퍼스를 와이즈유(Y’sU)라는 닉네임으로 부르고 있다.

이러한 교명 변경은 학교 위상을 올리는 효과가 있고, 신입생의 질이 상승되는 효과도 있다.

교명 변경으로 경쟁력에서 큰 성공을 거둔 대학은 서울과기대와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이다.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는 더 절묘한 명칭 전략으로 성공한 케이스이다. 에리카(ERICA)는 진달랫과의 상록 소관목을 가르키는 이름이다. 잎은 좁고, 꽃은 겨울에서 봄에 걸쳐 피는데 연분홍색이거나 흰색으로 피어난다.

한양대는 2009년 안산캠퍼스를 과감하게 ERICA(에리카) 캠퍼스로 바꿔 부르고 있다. ERICA는 ‘Education Research Industry Cluster Ansan’의 줄임말로 산학협력을 바탕으로 한 이 캠퍼스의 성장 전략을 나타낸 것이다.

꽃 이름 에리카와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영문 두음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에리카 캠퍼스는 이런 효과로 국내 랭킹에서만 10위 이상 상승했다.

다시 포항공대, 포스텍 이슈로 돌아가 보면, 포스텍이 이름으로 국제무대의 명성 평가에서 손해를 보고 있지만 그이유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

주변에 몇 대학들이 국제적으로 이름의 핸디캡을 극복한 사례가 있다. 연세대는 Yonsei라는 어려운 이름에도 역사가 깊으니까 나름 국제무대 명성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있다.

역사가 짧고 이름이 이상한데도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대학도 있다. 싱가폴에는 두 개의 유명한 대학이 있는데 NUS라는 싱가폴 국립대학과 NTU라는 대학이 있다.

NTU는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의 약자 인데 싱가폴이란 이름이 들어가지 않고 역사가 포스텍 보다 짧은데도 단기간에 세계 20위권에 들어가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이었나? 물론 부국 싱가폴의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기도 했지만 각종 국제회의 등을 공격적으로 열고 총장은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이러한 회의에 참여하고 강연하였다. 중요한 대학평가 회의를 많이 호스트 하였다. 동시에 연구력을 높이기 위한 각종 제도를 보완하였다.

더 중요한건 국제화이다. 교수, 학생들의 외국인 비중이 50%를 육박할 정도로 국제화된 대학이 NTU이다.

이름이 포항공대이든 포스텍이든 좋다. 포스텍이 살길은 ‘절대적 국제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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