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인수필가
김규인
수필가

화살을 몸에 맞은 개가 제주의 한 마을회관 인근에서 발견됐다. 신고한 주민은 개가 아주 지쳐있고 헐떡이고 많이 아파한다고 했다. 병원에서 수술하여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신경계통에는 문제가 있을 거라는 의사의 말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말을 못 하는 개에게 화살을 겨누어 쏘다니 왜 그랬을까.

동물을 학대한 경우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제주에서 코만 밖에 나온 상태에서 생매장당한 강아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구조된 강아지는 뼈밖에 없었고 사람을 보고 벌벌 떨고 있었다. 상처 난 발로 잘 걷지도 못했다. 이 강아지는 자신을 키운 주인에 의하여 생매장당했다.

주둥이와 앞발이 노끈에 묶인 채 발견된 유기견. 19마리의 푸들을 입양하여 물과 불로 고문하며 잔인하게 살해하고 아파트 화단에 묻거나 유기한 사람도 뉴스에 나왔다. 자신에게 아무런 득도 없는 짓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보는 것 같아 두렵기까지 하다.

세상은 빠르게 바뀐다. 어제 산 물건의 설명서를 살펴보고 있는데, 오늘 새로운 상품이 나온다. 문명의 빠른 변화는 사람들이 느긋하게 쳐다보고 대처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적응하지 못한 상태로 엉거주춤 따라가기 바쁘다. 깊이 생각하며 돌아볼 시간을 주지 않는 채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휴대폰은 이러한 속도전의 선봉에 선다.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틈만 나면 휴대폰을 펼쳐 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각종 매체는 선정적이거나 잔혹한 영상으로 사람들을 모은다. 이러한 영상을 보며 사람들은 웬만한 자극에도 무심해지는 것 같다. 오늘도 사람들은 더 자극적이고 더 빠른 그 무엇을 찾는다.

60대가 책을 읽는 마지막 세대라는 말도 나온다. 젊은 세대들은 종이책을 잘 사지 않는다. 전자책을 사거나 간단한 짧은 글만을 읽는다. 긴 글은 지하철로 이동하는 시간에 다 읽을 수가 없다.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글만을 읽는다. 책도 마음 놓고 읽을 수 없는 요즈음의 빠른 문명을 탓할 수밖에.

이제라도 조금 더 사람다움을 찾아야 한다. 오늘 하루는 휴대폰 없이 살아보자. 마음을 통째로 빼앗아가는 휴대폰의 횡포에서 벗어나자. 얇은 책이라도 들고 다니며 시간 나는 대로 책을 읽자.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한 줄의 문장에 빠져보자.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찾아 평생 마음을 지키는 호신부로 삼아보자.

하루에 한 번은 해가 지는 서쪽 하늘을 쳐다보자.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노을에 자신을 적셔보자. 노을빛 물든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자. 따스한 눈으로 세상을 보면 감사하지 않은 것 없으니. 애정 어린 손으로 꽃을 쓰다듬어보면, 사랑스럽지 않은 꽃이 없으니. 한 박자 느리게 살다가 보면 사람의 삶은 거기서 거기임을 깨닫게 된다. 세상이 빠르고 각박하게 돌아가도 우리는 더운 피가 흐르는 사람임을 잊지 말자. 반려견과 강가에 나란히 앉아 노을을 바라보는 사람을 본다. 한 폭의 그림 같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발길을 멈춘다. 그렇게 우리는 노을빛 품은 풍경이 된다.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