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 뉴딜300사업으로 동해시 어달항이 달라졌다. 방파제를 보강하고 안전난간을 설치하는 등 사회기반시설 확충으로 더 살기좋은 어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출처 해양수산부

소멸위기란 이야기가 자주 회자된다. 서울과 지방 간 인구격차를 논하거나, 인구절벽 등 인구감소 문제를 지적할 때 종종 사용된다. 이를 지표로 나타내는 용어도 있다. ‘소멸고위험지역’과 ‘소멸위험지역’ 등으로 분류해 지역이 소멸될 위기에 처했다는 긴박함을 알려준다. 그런데 그 지역의 분포가 참 특이하다.

전국 시군구 소멸지수(2021년 5월 기준)에 따르면, 강원도 고성군과 속초시 등 동해라인을 시작부터 경북 포항시와 경주시까지 모조리 시뻘건 소멸위험지역이다. 부산 동구에 이르러서야 주의단계로 낮아진다. 즉,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항·포구 등 어촌마을을 끼고 있는 지역은 전부 사라질 위치에 처했다는 진단이다. 소멸위험지역은 65세 이상의 고령층이 20~39세 사이의 여성인구 비율보다 2배 이상 많은 경우를 뜻한다. 소멸이 시간의 문제라는 의미다. 소멸위험도까지 면밀히 살펴보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전국 탑텐(Top 10)에 속하는 지역으로 단연 1위는 경북 군위다. 그 뒤를 경북 의성, 봉화, 청송, 청도가 잇고 있다. 전국 소멸위험도 상위 10위 안에 경북의 5개 지역이 차지하고 있는 뼈아픈 현실이다.

경상남도와 전라남도 어촌 마을은 이와 처지가 다르다. 오히려 전남과 경남은 농촌소멸지역이 더 많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진단이 가능하다. 먼저 이 지역은 연근해어업과 양식업이 발달한 곳이다. 완도의 전복과 통영의 굴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다도해가 가진 천혜의 자연경관, 즉 해양관광자원이 풍성해 전국의 관광객들이 몰린다. 먹거리와 구경거리가 있는 지역에 사람이 운집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인구소멸을 막기 위한 대안 역시 이 같은 현실에서 착안해야 할 것이다.

2021년 기준 전국의 어가인구는 9만7천명이다. 그리고 그 인구의 약 40%가 만 65세 이상 노인이다. 수십만 명에 달하던 어업인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소멸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은 이제 상식이다.

그 상식을 현실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이 있다. 바로 해양수산부가 추진하고 있는 ‘귀어지원프로그램’이다. 해양수산부는 어가인구의 상당수가 고령층인 점을 감안해 귀어인구를 늘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먹거리와 구경거리를 만들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어촌에 인구유입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귀어의 전 과정을 컨설팅해주는 ‘귀어닥터’ 프로그램이 있다. 정착 초기의 혼란과 어려움 등을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창업 등 일자리 지원 뿐만 아니라 금융과 행정절차 등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두 번째는 귀어학교다. 해양수산부는 2018년 경상대학교(경남 통영시 위치)를 귀어학교로 지정, 귀어를 희망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연근해어업과 양식어업 등 현장 중심 실무 교육을 6주간 실시했다. 2022년 현재, 전국에는 6개의 귀어학교가 있다. 교육 프로그램도 알차다. 창업절차와 귀어실태 등 기본적인 소양을 다루는 교과과정부터 어업, 양식, 수산가공, 수산물 유통 분야까지 두루 다룬다. 특히 3주간 현장 실습이 핵심이다. 실제 승선 후 어업활동 전반을 배울 수 있어 귀어인들의 호응도가 특히 높다.

세 번째는 주거플랫폼 사업이다. 해양수산부는 현재 ‘어촌뉴딜300’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어촌과 어항의 사회기반시설(SOC)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 특화 자원을 활용해 개발에 나서는 사업으로 3년째 이어오고 있다. ‘어촌뉴딜300’ 사업에 더해 국토교통부와 함께 하는 사업이 바로 주거 플랫폼 사업이다. 주거플랫폼은 어촌뉴딜사업으로 사회기반시설이 확충되고 지역특화산업으로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여기에 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주거안정까지 이뤄내겠다는 포부로 시작됐다. 일자리와 주거문제까지 해결되면 귀어인구는 차츰 늘 것이라는 게 정책입안자들의 판단이다.

정현미작가
정현미
작가

인생 2막을 여유 있는 시골 마을에서 보내려는 이들에게 귀어는 아직 생소하다. 실제 귀농·귀촌 인구가 수만 명에 달하는 것에 비해 귀어인구는 한 해 1천 명을 넘지 못한다. 2020년 귀어인구는 967명이었다. 이에 비해 귀농인은 1만2천570명이었다.

귀어인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도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상태다. 귀농인을 위한 다양한 제도와 지원, 홍보 등은 이미 십수년을 지나왔다. 귀어 역시 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이 되고, 장년층이 인생 2막을 시작할 수 있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좀 더 촘촘한 지원과 그 지원이 현장에 스며들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앞으로 더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그 여파는 가장 약한 고리부터 끊어낼 것이다. 어촌마을이 그 대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젊은 어업인들이 몰려 어장을 가득 메우고, 관광객들로 붐비는 어촌마을은 아직은 상상 속 현실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제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정책적 지원과 홍보, 인식 전환 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경험하는 어촌마을은 지금보다 훨씬 활력 넘치는 장소가 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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