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식 전 포항시의원

포항이 인구 5만의 작은 어촌에 불과할 당시 포항종합제철이 태동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 주변에는 가로림만, 울산, 아산, 영덕 등 포항 이외의 도시를 적극 추천하는 인사들이 있었다. 지역차원에서 대대적인 유치 활동을 펼친 결과 종합제철소가 포항에서 탄생하게 됐다. 초기 늘어나는 철강재를 적기에 공급하고자 일면 건설 일면 조업의 돌관 비상 작업이 한창 진행될 때 지역사회 주민들은 두 팔을 걷어 적극 도왔다.

지역사회와 지역기업의 공동운명체 의식은 9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자리를 잡아왔고, 한 때 포항 지역 경제산출액은 전국 평균의 두 배 가까이 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던 중에 어느 지역 정치인이 자신의 선거 전략으로 종합제철과 지역사회를 대립 구조로 몰아간 적이 있었고, 그때부터 선거철만 되면 지역사회와 기업이 마찰을 일으키는 모양새가 연출되기도 했다. 최근에도 포항시 전역에 현수막이 걸려 시민들을 안타깝게 만든 일이 있었다.

고대 전쟁사를 보더라도 상대국에 전염병이 돌거나 흉년이 들거나 천재지변이 있을 때는 잠시 휴전하고 먼저 재난 극복에 힘을 쏟은 사례가 있다. 지금 포항이 그런 경우다. 포스코 경영을 둘러싸고 이런 저런 얘기들이 있긴 하지만 지금 일단 제철소부터 살려 놓고 보자는 의견들이 많다.

최근 포항 대표적인 시민단체에서는 ‘그간 포항의 긴급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앞장서서 극복해 왔는데, 이번 제철소 침수 복구 사태에도 현명한 대안을 모색하며 불필요한 포스코 때리기는 잠시 중단하는 게 마땅하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시내 곳곳에 포스코 수해 조기 복구를 기원하고 철강 산단, 지역사회 간 협력에 대한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이와 함께, 포항제철소 수해 복구에 오랜 친구들이 나섰다는 보도가 있었다. 포스코와 10년 넘게 인연을 맺어 온 지역 자매마을 주민들이 떡, 삶은 계란, 생수 등을 실어온 훈훈한 이야기가 들려왔고, 타 도시에서도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전통적으로 투쟁의 DNA를 자랑하는 화물연대도 제철소 복구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항운 노조에서도 도울 일이 있는지 의사를 밝혀 왔다고 한다. 거의 전 영역에서 제철소 살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번 기회에 지역사회와 기업이 다시 화합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지역사회는 글로벌 기업 경영의 특성을 이해하고 기업은 지역사회 경제 활성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안을 모색하는 그야말로 상생 협력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먼저 제철소부터 살려 놓고 따지고 논의할 것은 추후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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