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은

서귀포에서는 누구나 섬이 된다.

섭섬, 문섬, 범섬이 새섬 같은 섬이

사람의 배후여서

세연교 난간에 한 컷의 생을 걸어놓은 사랑은

섬으로 건너가는 일몰이 된다.

서귀포에서는 누구라도 길을 묻는다.

바다를 향해 흘러내리는

길 위에 서서 여기가 폭포냐고,

서 있는 곳을 묻는다.

당신이 서 있는 거기서부터 서귀포는

언제나 서쪽이다. (부분)

“언제나 서쪽”에 있는 서귀포는 죽음과 연결된 장소일 것이다. 그곳에서 “생을 걸어놓은 사랑”이 “섬으로 건너가는 일몰”이 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서귀포에서의 사랑은 일몰, 즉 죽음을 통과하면서 타인-다른 섬-에게로 건너갈 수 있다. 서귀포는 사람들을 섬으로 만드는 동시에 눈앞이 점점 어두워지는 일몰에 빠뜨리기 때문에, 누구라도 “길 위에 서서” 길을 묻게 되고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어딘지 묻게 된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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